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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도자료

다시 개천에서 용 나는 교육

2017.09.09 02:46

관리자 조회 수: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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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살 버릇이 여든 간다’는 말이 있습니다. 교육의 중요성을 말해 주는 격언입니다. 어린 시절, 더 나아가 청소년 시절에 어떤 교육, 어떻게 교육을 받느냐에 따라 여든 살까지의 삶이 결정된다니 교육 그 자체가 삶이고 운명이 되기도 합니다. 이렇게 중요한 것이 교육입니다. 그러나 이 교육에 많은 문제가 있습니다. 그 중 하나가 교육의 불균형입니다. 출발선이 같아야 흥이 나서 경쟁을 할 수 있는데 출발선부터 차별이 큽니다. 그 차별의 시초는 돈과 지역입니다.

미국 펜실베이니아 대학 아네트 라루(Annette Lareau) 교수는 “취학하기 전인 0~5세는 한 인간이 성장하고 발전하는 과정에서 매우 중요한 시기”라며 "이 시기의 교육 불균형이 성인이 된 후 개인의 경제적·사회적 지위의 격차를 좌우하는 요소가 된다”고 강조했습니다.

라루 교수는 "가정 소득에 따른 학생들의 학력차가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 사회에서 점점 심해지고 있고, 한국의 경우 학원 등 강력한 사교육 시스템의 영향으로 아동들의 취학 전 학력차가 많이 날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교육 불균형 해소를 위해 한국정부의 노력을 당부하기도 했습니다.

부유층 부모와 저소득층 부모 사이에 자녀를 대하는 태도에 차이가 있습니다. 이 차이가 자녀의 재능과 미래에 영향을 주고 있습니다. 예를 든다면 중산층 이상의 가정에서는 호기심을 유도하는 부모·자녀 간 대화로 아이의 재능을 키워주지만, 저소득층에서는 자녀가 노래나 연극에 재능이 있다고 해도 부모가 이를 실현하도록 나서서 도와주질 못하고 있습니다. 경제력이 넉넉하지 못한 부모의 한 사람으로, 아이들의 꿈과 끼를 키우기 보다는 ‘안 돼!’ ‘어려워’를 먼저 말하는 심정은 저만의 슬픔은 아닐 것입니다. 지금은 군대를 제대하고 취직을 위해 공부하고 있는 아들이 있습니다. 대학생활의 전부를 노래 동아리와 드럼에 빠져(?) 있었다는 말은 나중에 들었습니다. 아들의 꿈을 키우는 격려의 말 대신, 직장에 취직하면 평생 드럼을 칠 수 있다는 말을 하면서, 저 또한 고민하고 갈등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미안하다, 아들아.

‘개천에서 용이 난다’는 말이 있었다. 이 말은 시간이 흐르면서 사라진 말이 되었습니다. 요즘은 ‘강남에서만 용이 난다’고 합니다. 교육은 신분상승, 계층상승을 위한 사다리 역할을 해 왔습니다. 그러나 요즘 교육은 신분과 계층을 공고화하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특히 지역이 어디냐에 따라 주어지는 기회는 전혀 다르게 됩니다.

중학교 자유학기제가 시행되고 있고, 앞으로는 자유학년제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입시위주의 교육이 아니라 아이들이 자신의 진로와 직업을 고민할 수 있다는 점에서 새롭고 바람직한 교육방향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지방에서의 고민은 더 커졌습니다. 자신의 진로와 직업을 체험할 곳이 절대적으로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서울, 수도권은 교문을 열고 나서면 체험할 곳이 널려 있습니다. 그러나 지방은 행정기관 몇 곳, 노인시설 몇 곳을 빼면 체험할 곳이 없습니다. 단지 사는 곳이 지방이라는 이유만으로 기회가 전혀 다릅니다. 봉사활동도 의무적으로 해야 합니다. 그러나 쓰레기 줍는 일, 경로당 청소가 전부인 것이 지방의 학생들입니다. 수도권의 학생이거나 지방의 학생이거나 학생생활기록부를 통한 평가는 똑 같습니다. 누가 점수를 더 받고, 누가 더 대학진학에 유리한 지는 생각하지 않아도 뻔합니다. 고등학교 1학년인 딸이 있습니다. 휴일이면 친구들과 서울 구경을 간다고 합니다. 길을 걷고 공연을 보고 간식을 먹고, 아침 일찍 상경해 저녁 늦게 집으로 옵니다. 걱정이 많지만 서울에 가지 말라는 말은 못 하겠더라구요.

아이들의 기를 살리기 위한 교육정책들이 오히려 아이들의 기를 죽이는 정책이 되지 않을까? 걱정입니다. 지방의 이들이 차별받을 이유는 없습니다. 단지 태어난 곳이 지방일 뿐입니다. 단지 부모의 직장이 시골일 뿐입니다. 지역 간 교육의 불균형을 해소할 방안은 진정 없는 것일까요?

차별은 또 있습니다. 공부를 잘 하는 학생과 성적이 조금 떨어지는 학생에 대한 교육기회가 다릅니다. 이는 부모가 경제력이 있느냐 없느냐는 문제도 아니요, 사는 곳이 수도권이냐 지방이냐는 문제도 아닙니다.

성적에 따른 차별은 학교정책에 의해서도 발생하고 있고, 지방정부의 정책에 의해서도 발생합니다. 잘 하는 학생 더 잘 하게 하자는 것에 반대하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성적 우수자에 대한 관심만큼 다른 학생들에게도 관심을 보여야 하지 않을까요?

참, 요즘 고민하고 있는 게 있습니다. 현재 많은 기초자치단체에서 상시적으로 ‘대학진학상담센터’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대학진학 상담을 교육청이 아닌 지자체에서 왜 하느냐는 의문이 들 수도 있으나, 대학진학 정보에서 상대적으로 소외된 지방의 경우 정보의 불균형을 극복할 좋은 대안이라고 생각합니다. 아이러니 하게도 대학진학상담센터의 경우도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에 집중되어 있습니다. 빈익빈 부익부의 현실이 교육현장에서도 그대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실력과 경험이 많은 입학사정관 등을 채용해 상시적으로, 학업성적의 우열을 떠나 지역의 학생들과 학부모에게,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한다면 교육 불균형 해소에 도움이 될 것입니다.

개천에서 용 나오는 세월은 지났지만, 지방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차별받아서는 안 됩니다. 충남의 교육이, 서산의 교육이 교육 불균형 해소의 전진기지가 되길 희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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